증인으로 나선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앞) 옆으로 이복현·김성훈·박현철 검사(맨 왼쪽부터)가 앉았다. ©그림 서혜주

“그날 김용판과 아주 많이 통화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3차 공판에는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출석했다.
3차장은 문제가 된 심리전단을 휘하에 두고 있다.
그는 12월16일 사안이 워낙 긴박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smile@sisain.co.kr)

이종명 3차장은 심리전단 지휘라인에 있으며 1, 2차장과 함께 국정원장을 보좌합니다. 검찰은 이 차장에게 심리전단 조직 확대 과정을 물었습니다. 심리전단 확대 자체가 원세훈 원장의 의중이 반영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종명 3차장도 검찰로부터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아 기소되지 않았지만, 10월7일 법원의 재정신청 인용으로 피고인 신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날 이 차장은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습니다.

9월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3차 공판에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군 출신인 이 전 차장은 점심 휴정 때, 피고인석에 앉았다가 대기실로 자리를 옮기는 원 전 원장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깍듯함을 보였다. 이날 공판은 검찰이 원 전 원장 쪽의 언론 플레이를 지적하며 시작했다. 지난 1차 공판 때와는 공수가 뒤바뀐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원 전 원장 변호인이 검찰발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검사: 9월9일자 <국민일보>에 ‘이석기 사태 적극 활용하는 원세훈’이라는 기사가 났다. 기사에 변호인 측 멘트를 인용해 정보가 나오는데.

판사: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기사 같다.

변호사: 기사에 보면 “원장 측 변호인은”이라고 나오는데, 저는 아닌데, (다른 변호사들을 바라보며) 누구 있습니까?

판사: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사가 나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쌍방 다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국정원 심리전단에서 수행한 사이버 방어 심리전은 종북 사이트 선전·선동에 대해 그 동향을 파악하고 모니터링도 하고, 선동 대상이 된 사항에 대해 진상을 알리고 반박하는 걸로 이해하면 되나?

이종명: ‘반박’이라는 표현은 조금 동의하기 힘든데, 우리 젊은이들이 6·25가 북침인지 남침인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천안함이 (폭침이 아닌) 좌초라 인식하는 걸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반대 글을 단다. 나는 우리 젊은 세대가 올바른 국가관과 애국심을 가지고 성장하는, 그 활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검사: 종북 세력 개념, 국정원 업무활동의 대상이 되는 범위나 기준은?

이종명: 종북 세력을 어떻게 규정하자는 공론은 없었다. 나를 포함해서 국정원 직원, 안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종북 세력은 대한민국 정체성과 체제를 부정하고, 특히 말 그대로 북한 지휘·주장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세력이라고 인식했다.

검사: 심리전단 사이버팀이 피고인(원세훈) 부임 이후 확대된 건 맞나?

이종명: 그렇다. 그것은….

검사: 지난번 민병주 심리전단장 진술에 의하면, (자신이) 증원을 요청한 적은 없고 지휘부에서 알아서 늘려줬다고 하는데 맞나?

이종명: ‘알아서’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고, 정보 환경 변화에 따른 직무를 분석해서 정원을 배분하는 과정을 거쳤다.

검사: 다르게 묻겠다, 민 단장의 요청이 없었던 건 맞나?

이종명: 그렇다.

검사: 트위터 쪽은 심리전단이 담당한 것은 알고 있나?

이종명: 어떤 보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고받은 기억은 있다.

검사: 인터넷 사이트를 보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대선 시기에 국정원 직원이 올린 글을 보면 특정 정파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여론이 그만큼 많아진 것처럼 인식되는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종명: 내가 민병주 단장한테 수시로 ‘대선 개입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주제와 관련된 어떤 활동도 하지 않는다’라는 보고를 받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었다는 부분도 인정하겠다.

검사: 외부 조력자 이정수씨(42·가명)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매달 평균 300만원을 지급한 걸 알았나?

이종명: 최근에 알았다.

검사: 평소 알아서 비용 처리하고 팀장 선에서 처리하나?

이종명: 국장 이하에서 처리된 업무라서 관여하거나 인지하거나 하지 않았다.

검사: 지난해 12월11일 저녁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만난 사실이 있나?

이종명: 그렇다. 12월11일 훨씬 전인 2~3주 전에 약속이 잡혀서 그날(12월11일) 처음 만났다.

검사: 그날 식사 자리에서 본건 사건과 관련해 김 전 청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나?

이종명: 식사를 막 시작하는 순간 원장님(원세훈)께 사실 확인 전화를 받고, 상당 시간 밖에서 통화를 했다. 김용판 청장에게 이런(김하영) 사건이 있다는데 수서서에서 그런 보고 없었냐고 하니 처음엔 없었다고 했다가 그 다음에 김 전 청장이 사실관계를 확인해줬다.

검사: 통화 내역과 김용판 진술을 보면 12월11일 밤 9시59분, 12월14일 밤 8시25분께 두 차례 통화했다. 12월16일 오후에도 김용판에게 전화했다는데?

이종명: 그날 사안이 워낙 긴박했고 너무나 많은 통화를 했다. 그날 저녁에 한 건 확실한데 12월16일 통화는 내 기억에 정확하게 없다.

검사: 김용판 진술에 의하면, 증인이 김하영 직원의 노트북 임의 제출에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고, 김용판이 법 절차에 따라 모든 수사를 한다고 하자, 증인이 알았다고 하고 끊었다는데?

이종명: 김용판 기억이 그렇다면, 들은 사람 입장에서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나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

검사: 원래 민병주 심리전단장도 김하영의 컴퓨터 임의 제출에 부정적이었고 증인도 부정적이었는데, 국정원장 지시로 입장이 바뀌었나?

이종명: 그렇다.

9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법원의 구인장을 집행하려는 국정원 직원에게 연행되고 있다.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통과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문화일보> 9월2일자 ‘이석기 “10여 년간 선전戰 압도했으나 최근엔 국정원에 밀려”’라는 기사 본 적 있나?

이종명: 인터넷에서 확인했다.

변호사: 이석기 의원 발언에 비추어, 피고인이 국정원장 재직 시절 국정원 안보 역량이 강화되었다는 평가로 볼 수 있는데. 당시 국정원 차장을 역임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의 기사가 맞나?

이종명: 이석기가 이야기한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런 이야기를 한 건 분명하다.

변호사: 피고인(원세훈)은 왕재산 사건이나 이석기 의원 사건 같은 첩보를 보고받고도, 전 부서장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에게조차 이석기 의원 사건이 수사 중이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증인은 피고인의 종북 세력 제도권 진입에 관한 우려를 들은 바 있나?

이종명: 그렇다. 들은 바 있다.

변호사: 이석기 의원이 수사받는다는 건 들은 바 있나?
이종명: 원장님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1을 알면 100 정도 아시니까, 나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정보를 알고 계시니깐.

변호사: 결국 피고인의 원장님 지시 말씀에서 종북 세력은, 왕재산 사건·이석기 의원 사건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이는데 맞나?

이종명: 아까도 그런 말씀을 드렸는데….

판사: 이 항도 증인의 의견을 묻는 것 같으니까 생략한다.

9월16일 열리는 4차 공판에는 김하영 직원이 소속된 심리전단 3팀장 최 아무개씨와 김하영 직원과 함께 활동한 민간인 조력자 이정수씨(42·가명)가 증인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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