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6일 재판에 출석한 원세훈 전 원장은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이 추진되어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이라는 자료를 만들어 다른 기관에 전파하는 국정원의 활동에 대해 ‘국가 안보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혜주 그림

트위터가 뭡니까?… 원세훈 “60세가 넘어서…”

7월14일 검찰은 “정치·선거 개입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준엄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라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1심 선고는 9월11일 내려진다.

김은지 기자

7월 말로 예상되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이종명 전 2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 대한 1심 선고가 9월11일 오후 2시에 내려진다. 지난해 8월26일 1차 공판 이후 40여 차례 재판이 열린 끝에 1년 만에 선고가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 6월30일 재판부는, 심리전단 안보5팀 김 아무개 직원의 이메일에 첨부된 국정원 트위터 계정 목록이 담긴 시큐리티 텍스트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법정에서 자신이 직접 작성한 문서라고 인정해야 증거로 쓸 수 있는데, 부인해서 증거로 쓸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법정에 두 차례 출석한 김씨는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겠다” 등 국정원 증인 특유의 ‘기억상실 증언’으로 일관했다.

7월14일 검찰은 최종 의견에서 법원의 판단을 비판했다. 김성훈 검사는 “김 직원의 (시큐리티 텍스트 파일은) 일자별 활동 위치가 게재되어 있는 등 제3자가 작성할 수 없는 파일이다.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 성매매 고객 정보 기록이나 매물을 기록한 수첩에 대해 증거 능력을 부여했던 과거 대법원 판례와 상충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이 마지막 의견을 제시한 데 이어 원세훈 피고인도 최후 진술을 했다.

검찰 (박형철 특별수사팀 부팀장)

국가 정보기관 활동의 위법성은 사법 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외부로 드러난 불법 활동에 대해서는 어떤 국가 작용보다 엄정한 사법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미국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반공 운동이 격화되면서 미국 정보기관은 용공 의심 인물에 대한 정보활동을 펼쳤다. 용공 우려가 있다는 것만으로 광범위하게 민간인 사찰을 자행했다. 미국에서 정보기관의 월권행위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적극적인 소송을 통해 제동이 걸렸다. 1960년대부터 워렌 대법원장이 이끄는 미국 대법원에서 개인의 헌법상 기본권과 공권력의 한계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 그 가운데 정보기관의 월권행위, 정보기관 권한 남용을 불법으로 선언하는 일련의 판결이 나왔다. 결국 1970년대 중반 미국 상원은 정보기관 권한 남용의 문제점을 인식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과거 문제가 된 사실을 분석해 제도 장치를 마련했다.

이러한 과정을 겪은 미국의 정보기관이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정원은 국회에 대한 보고의 범위가 협소하다.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인사나 예산에서 입법부의 통제가 견고하지 못하다. 원세훈 피고인이 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국정원은 안보 활동이라는 명목하에, 사이버 공간에서 국정원의 활동을 은폐하며 마치 일반 국민의 의견인 듯 모든 사회·정치 현안에 개입했다.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인터넷 게시판에서 대국민 여론 조작을 한다면, 특히 반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조직적으로 반박한다면, 국민으로서는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대국민 심리전이 4년이 넘는 원세훈 원장 재직 기간에 지속적으로 행해졌다. 피고인들은 종북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안보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진보 정권 수립을 의도하면서 인터넷 선전·선동을 강화했기 때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활동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활동에 대한 국정원의 올바른 대응이, 북한의 입장과 반대되는 인터넷 여론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것이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을 반대하는 내용이라도, 북한의 입장을 반박하는 활동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안보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그러한 피고인들의 주장은 자신들이 대선을 맞아 북한이 지지하는 후보에 반대되는 다른 후보에 대해 (지지) 선거운동을 했다는 자백과 다름이 없다.

조직적인 수사 비협조로 피고인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증거는 전 부서장 회의 때 발언한 지시·강조 말씀 자료와 녹취록밖에는 없다. 그 내용을 보면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는 단 한 번만이라도 언급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충분한 정치·선거 관여 지시가 매달 개최되는 전 부서장 회의에서 빠짐없이 등장한다. 검찰은 이러한 피고인의 지시 내용을 정치·선거 관여 지시로밖에는 해석할 수 없었다. 심리전단 직원들의 행위는 피고인 원세훈을 정점으로 하는 지시체계에 따라 하달된 행동이다. 이 사건은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이 바로 안보이고 국정원은 국정 수행을 보좌하는 기관이라는 인식하에, 정부·여당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북한과 유사한 정책·의견을 가진 사람이나 단체를 모두 종북으로 규정하고,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이들을 공격하도록 지시해서 사이버 여론을 조작한 것이다. 민주적 의사 형성에 필수적인 자유로운 사이버 토론 공간에서 국가 정보기관이 일반 국민인 것처럼 꾸며 정치·선거 여론을 인위적으로 조성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반헌법적 행태다. 아울러 국가정보원의 역할에 대한 피고인의 그릇된 인식으로 소중한 안보 자원이 사유화되고 안보 역량의 저해를 초래한 심각한 범행이다. 국가정보원의 불법 정치·선거 개입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를 주도하거나 이에 관여한 피고인들의 책임에 대해 준엄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국가 정보기관이 본연의 국가 안보 기능에 충실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 피고인 원세훈을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에 처해달라(검찰은 피고인 이종명·민병주에게는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의 형을 주장했다).

변호인 (이동명 변호사)

유죄가 되려면 피고인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게 인정되어야 한다. 검찰이 유일한 증거로 내세우는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에는 ‘심리전단’이라는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출신, 지역, 성향이 다른 부서장을 앞에 두고 정치 관여 지시는 애초 불가능했다. 평소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명확한 직무상 지시로 보기에도 무리다. 국정원 심리전단의 대북심리 활동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었다. 피고인의 부임으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피고인은 국정원장으로서 국정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전 부서장 회의 때 원장 지시·강조 말씀을 통해 전파했을 뿐이다. 추상적 업무 지시를 결부시켜 범행을 지시하고 공모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촉발된 모든 논란을 끝내달라. 국가정보원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원세훈

국정원장으로 재임할 당시, 저는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하도록 요청받거나 대선에 개입하도록 지시한 바가 전혀 없다. 전 부서장 회의에서의 제 발언은 회의 주관 부서에서 만들어주는 모두말씀·마무리말씀과 제가 들은 보고를 통해서 특히 고위 간부들은 알고 있어야 할 것을 말했을 뿐이다. 심리전단 활동은 2012년 12월 여직원 감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업무 방식과 내용을 알지 못했다. 저는 60세가 넘은 사람으로 인터넷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트위터 사용 경험이 없어서 재판을 받으면서도 무슨 얘기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어리둥절한 면도 없지 않았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배석판사님, 그동안 많은 직원이 나와서 힘든 와중에도 열심히 국가 안보와 정치적 중립을 위해 일해왔고 선거 개입·정치 관여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문제되는 트위터 글 등은 특별히 조직적으로나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다. 안보의 제일선에 있는 국정원과 오늘도 불철주야 국익을 위해 음지에서 활동하는 국정원 직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을 회복시켜주길 바란다.

1 Comment

  1. 이영기 2014/09/10 Reply

    국가정보원. 자칭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곳.
    아마 국내의 조직 중 가장 베일에 가려져 있는 조직일 것이다.
    그들 나름대로는 반공을 위한 최고의 애국조직이라고 자칭할 것이고.
    모든 행위는 북한에 대응키 위한 전술 전략이라 할 것이고…
    애국이란 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지만 궁극적으로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을 위함이 아닙니까?
    어떻게 보안이라는 허울아래 대국민에게 노략질을 할 수 있습니까?
    그것도 정의롭지 못한 사람의 사조직처럼.
    답답한 마음 입니다.
    모든 조직의 수장은 조직의 상황에 대하여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의 수장의 임무가 무엇입니까? 조직을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핵심참모들과 전략을 짜서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요?
    이제와서 sns를 아느니 모르느니 ㅠ
    많은 이들이 법정에서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겠습니까
    만일 혹 직원들의 행태에 대해 몰랐다면 더 큰 죄일 수 있지 않나요?
    직무유기,방임 이것도 아니라면 무능? 그런사람 임명한 사람까지 처벌해야 맞지 않나요?
    이번건도 국민들의 힘이 아니였으면 표면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내일의 선고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법부의 양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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