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경찰청장은 보고받지 못했을까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12차 공판에는 김기용 전 경찰청장, 안 아무개 국정원 직원 등이 나왔다.
김기용 전 경찰청장은 지난해 중간수사 결과 발표 당일 보도자료와 관련해 보고를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woni@sisain.co.kr)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재판이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을 제외한 모든 증인에 대한 신문 절차가 11월21일로 끝났다(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박원동 전 국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의 요청으로 재판부는 12월12일 한 번 더 박 전 국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12월12일 피고인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신문과 12월19일 검찰의 구형 및 변호인의 최후변론이 있을 결심공판만 남았다. 11월21일 12차 공판에는 증인 세 명이 나왔다.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 안 아무개 당시 서울청 담당 국정원 직원, 전종환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팀 직원이다. 김기용 전 경찰청장·안 아무개 국정원 직원에게 집중해 공판을 중계한다.

김기용 전 경찰청장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 서울청에서는 경찰청에 분석 진행 상황을 보고했죠?

김기용 : 아니다. 기억나지 않는다.

검사 : 서울청에서 지난해 12월14일 저녁부터 본격적인 분석작업에 들어가 12월16일 밤 완료했다. 중간에 분석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사실이 있지 않나?

김기용 : 정식으로 문서로 몇 퍼센트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받지는 않았고 그냥 구두로.

검사 : 서울청에서는 내부적으로 수기 보고서를 작성했다. 증인은 펜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받아본 적 없나?

김기용 : 없다.

검사 :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12월16일 밤 11시 중간수사 결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증인은 이 보도자료가 발표된 12월16일 이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나?

김기용 : 그땐 받지 못했다, 당일은.

검사 : 그럼 증인은 12월17일 아침에 보고받은 것 같다고 했는데, 누구로부터 언제 보도자료를 배포하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나?

김기용 : 기억하기론 발표하는 날 당일 저녁 9시 전후로 해서 서울경찰청장이 전화로 “분석이 다 끝나간다, 끝나는 대로 발표하고자 한다” 이렇게 보고한 것 같다.

검사 : 서울청장으로부터 구체적 분석 경과 및 확인된 내용에 관해서는 보고 안 받았나?

김기용 : 글쎄, 댓글이 있냐 없냐가 핵심이었는데 그런 결과가 나와야지, 중간보고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아까 말했듯이 한두 번 서울경찰청장이 전화로 보고했던 거 같다.

검사 : 당시 증인은 너무 밤늦게 발표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발표 시기를 검토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사실이 있나?

김기용 : 그런 기억은 없다. 그런 생각은 있었는데, 그런 대화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검사 : 당시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발표 내용은 물론 시기도 (대선의) 유·불리가 결정될 만큼 민감한 사안이었던 건 맞죠?

김기용 : 예.

사이버 분석실을 방문한 김기용 경찰청장

김기용 경찰청장 국정감사 증인선서

김기용 전 경찰청장(오른쪽)이 10월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대표로 선서하는 동안 증인선서를 거부한 김용판 전 서울청장(왼쪽)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김기용 전 경찰청장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 작년 12월14일 YTN 기사 ‘국정원 직원 컴퓨터에 보안이 걸려 있어’라는 단독 특종이 있었다. 이 보도를 작성한 기자는 서울청이 아니라 본청 출입기자였죠?

김기용 : 예.

변호사 : YTN 보도로 문제가 불거지자, 피고인(김용판)은 서울청 최현락 수사부장과 이병하 수사과장에게 내일부터 보고할 때는 행정보고서 작성하지 말고 구두나 메모 형식으로 하라고 했다. 본청에도 행정보고서 말고 전화로 하겠다고 협의하라 지시한 사실을 아나?

김기용 : 서울청에서 그런 지시를 했는지는 제가….

변호사 : 최현락 수사부장은 이 법정에서 김학배 본청 수사국장과 통화해 YTN 보도로 애로사항이 많으니 재발방지 위해 이런 게 필요하다고 하니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했다. 증인은 이 사건 보고를 전화로 보고하겠다는 걸 김학배로부터 보고받아 승인한 사실 있나?

김기용 : 정확하진 않지만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변호사 : 당시 피고인은 증인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기에는 소명자료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지금 신청 안 하면 모든 책임과 부담을 경찰이 떠안을 게 명확하다’는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의 말을 전달했고 피고인도 이에 공감해 영장 신청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증인에게 말했죠?

김기용 : 정확한 워딩(단어)은 기억 안 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한 듯하다.

안 아무개 국정원 직원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 증인은 지난해 12월13일 김하영이 노트북을 경찰에 제출하기 전 김병찬 계장에게 연락해 노트북 제출 의사를 전달해줬죠?

안 아무개 : 전달? 기억이 안 난다.

검사 : 김병찬 계장도 증인으로 나와서 말하길 “증인이 본인한테 전화를 해서 12월12일쯤 전화한 걸로 기억한다. 김하영이 임의제출하려는데 하는 게 좋은지 안 하는 게 좋은지 물어봤다”라고 했는데 그 부분 기억나나?

안 아무개 :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검사 : 증인과 김병찬의 통화 내역을 보면, 김하영이 수서서 수사과장에게 전화해 노트북 제출 의사를 밝히기 한 시간 반쯤 전인 12월13일 10시41분께 7분 동안 통화한 사실이 있다. 이때 노트북 임의제출 관련 통화한 거 아닌가?

안 아무개 : 제가 임의제출의 의미 자체를 몰랐고, 수사 용어도 잘 몰랐다. 정보활동 하다보면 상대방과 오래 통화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분위기 파악에 도움될 것 같아서 오래했다.

검사 :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서 김병찬 외에 서울청 최현락 수사부장, 이병하 수사과장과도 통화한 사실 있죠?

안 아무개 :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던 걸로….

검사 : 최현락 부장과 12월13일 3분 넘게 통화했고 14일에는 이병하 과장과 2분 넘게 통화하는 등 여러 차례 기록이 있다. 내용 기억이 안 나나?

안 아무개 : 어떤 내용을 통화했는지….

검사 : 12월14일 저녁 8시49분에는 김용판과 23초 정도 통화했다. 어떤 내용이었나?

안 아무개 : 상황 파악이 거의 안 돼서 답답한 마음에 전화했다.

검사 : 아니, 증인이 말한 상황(노트북 제출 관련)은 이미 12월13일 오전 중으로 해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아무개 : 12월14일이라 그랬나? (검사 : 그렇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검사 : 12월13일에 노트북을 가져와서 서울청에서 분석하려 했는데 잠겨 있어서 분석 못하다가 14일 아침 국정원 직원이 와서 풀어줬다. 그래서 저녁 때부터 분석이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분석되는 시점인 저녁 8~9시쯤 전화 기록이 있다. 기억 안 나신다니까 환기시켜드린다. 그런 상황에서 분석 진행 경과라든가 내용 등을 국정원 입장에서는 파악하려고 전화한 기억 없나?

안 아무개 : 전화했다고 하면 ‘분석이 대략적으로 언제쯤 나오느냐’가 관심 사항이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전화했을 수도 있다, 아마.

안 아무개 직원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 한 가지만 묻겠다. 김병찬 계장에게 증인이 자주 전화를 했는데, 김병찬이 잘 안 받았나?

안 아무개 : 잘 안 받았다.

변호사 : 잘 안 받을 때는 수신 거절을 하나?

안 아무개 : ‘회의 중입니다’ 문자 오면 내가 꼭 ‘예 알겠습니다’라고 단답형으로 답문했다. 그리고 재판에서 할 말은 아닌데, 오기 전에 언론 모니터링을 저도 했다. (기사에) ‘국정원 연락관이 서울청과 수시로 통화했다’라고 나오는데 경찰 정보에 있어서 연락한 거 가지고 (그러면) 개인적으로 기분이 좀 그렇다.

판사 : : 증인이 그런 심정을 느끼는 건 이해 못할 바는 아니겠으나, 입증 관련해서 검찰이 필요하다고 하면 재판부로서는 신문 기회를 주는 게 맞다. 그런 부분은 법정 외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 이 법정에서 ‘내 기분이 좀 그렇다’ 밝히기에는 조금 적절하지 않은 자리가 아닌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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