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4일 열린 11차 공판에서 이범균 부장판사(가운데·서울 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가 증인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그림 서혜주

“서울청 수사2계장 국정원 직원 편들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11차 공판에 나온 최운영 수사관은 권은희 수사과장의 증언에 힘을 실어주었다.
서울청 수사2계장이 김하영씨가 지정해주는 파일만 열어보아야 한다고 말해서 기가 막혔다고 증언했다.

전혜원 기자(woni@sisain.co.kr)

그동안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직 경찰들은 말을 맞추고 나오기 일쑤였다. 또는 현직 경찰이라는 신분 때문에 권은희 수사과장의 증언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리곤 했다. 11월14일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11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수서경찰서 소속 최운영 수사관은 달랐다. 그는 권 과장의 증언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같은 날 증인으로 나온 서울경찰청 소속 최동희 분석관은 여전히 수사 은폐는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최운영 수사관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 (지난해 12월15일의 김하영 국정원 직원에 대한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여주며) 김하영이 자필로 ‘억울하다. 저는 지금까지 분명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고 제기된 의혹 관련 업무를 수행한 적이 없다. 결백을 밝히기 위해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임의 제출했다’고 기재했는데, 보통 임의 제출하면서 3개월치만 분석하라는 식으로 범위를 지정해서 제출하는 경우가 있었나?

최운영 : 사이버 업무를 오래 했지만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검사 : 증인은 검찰 조사 때, “서울청 김병찬 수사2계장이 사이버수사대 증거분석실 사무실에 들어와 장병덕 사이버수사대장과 압수물 분석에 대해 논의하는 걸 들었다. 그 이야기 하는 걸 보고 속으로 ‘참 기가 막히네’라고 생각했다. 피의자(김하영) 입장에서 편들어 대변하는 식으로 들려 제가 너무 기가 막혀서 직접 한마디 하고 싶었으나 참았다”라고 진술했죠?

최운영 : 예, 맞다.

검사 : 증인은 지난해 권은희 과장과 서울청 간부 사이에 증거분석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서 권 과장이 항의 표시로 서울청에 나가 있는 수서서 유지상 팀장을 철수시킨 것으로 알고 있나?

최운영 : 그렇다.

검사 : (서울청의 디지털증거분석 결과 보고서를 보여주며) 증인은 권은희 과장이랑 이 보고서를 검토하면서 뭔가 특이점을 발견했나?

최운영 : 분석 보고서에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 소개되어 있지 않았고 혐의 사실을 발견치 못했다고 적혀 있었는데, 거기에 대한 근거 자료가 전혀 없었다.

검사 : 증인은 보고서에 나온 ‘한글 아이디 20개와 영문 아이디 20개를 발견하고 MAC 주소 변경 프로그램을 확인한 것만 가지고도 수사 진행할 필요가 충분하다’고 권 과장과 논의했죠?

최운영 : 예,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아이디를 사용했다는 건 여러 사이트나 여러 곳에 글을 게시했을 개연성이 높다. 특히나 그런 글이 자기 업무라면 추적이 어려운 MAC 변경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김하영씨가 이 프로그램을 썼다는 것은 뭔가 감추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았다.

검사 : 서울청 디지털 분석요원이 수사 담당자가 아닌데도 ‘혐의사실 관련 내용을 발견치 못함’이라는 표현을 보고서에 썼는데, 이런 표현이 들어간 보고서를 이전에도 본 적이 있나?

최운영 : 이전에는 없었던 것 같다.

검사 : 증인은 검찰 조사 때 “서울청에 일단 분석 결과 보고서에 나온 아이디·닉네임 40개 리스트라도 먼저 보내달라고 요구했지만, 김보규 서울청 디지털범죄수사팀장이 줄 이유가 없다면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그래서 제가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냐? 장난하는 거냐?’식으로 언성이 높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진술했는데 사실인가?

최운영 : 그렇다. 저희가 전화상으로 자료 요청을 했는데도 자료를 주지 않아 근거를 남기려고 서울청에서 디지털증거분석물 반환요청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검사 : 증인은 공문을 보내고 서울청을 방문해 직접 분석 과정에서 나온 출력물을 요구한 사실이 있나?

최운영 : 그렇다. 서울청 분석관들이 그런 자료가 없다고 해서 관련 출력물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돌아왔다.

검사 : 증인은 “그 일 때문에 서울청 분석관들에게 화가 나서 언성을 높이고 분위기도 좋 지 않았다”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맞나?

최운영 : 맞다.

검사 : 서울청 관계자들은 나중에 수서서를 방문해서 출력물을 모두 줬다고 하는데, 증인은 서울청으로부터 ‘무상복지, 남쪽 정부, 대통령 업적 찬양 게시글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반대 게시글’ 등 자료를 받은 사실이 있나?

최운영 : 나는 없다.

3차 재판 당시 유지상 팀장 증언

변호사 : 권은희 과장은 항의 표시로 증인을 현장에서 철수시켰다고 하는데 어떤가?

유지상 : 권 과장은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 당시에 김하영이 분석 범위를 지정하는 것에 대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내가 철수하겠다고 보고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함께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최운영 수사관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 권은희 과장은 법정에서 피고인(김용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증인은 권 과장과 피고인이 전화 통화하는 것을 보거나 들은 사실이 있나?

최운영 : 없다.

변호사 : 증인은 조금 전 “김병찬 수사2계장에게 직접 항의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는데, 그런 대화라면 매우 이례적이고 불합리해 기억에 많이 남을 텐데 어떤 내용이었나?

최운영 : 처음엔 김병찬 계장이 서울청 수사2계장인 줄 몰랐고, 사이버 분석실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서 피의자(김하영)를 대변하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아서, 좀 많이 엉뚱해서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수사2계장이라고 했다.

판사 : 잠깐 정확하지 않더라도 대강이라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나?

최운영 : 아마 그때, 김병찬 계장이 김하영씨 입회하에 김하영씨가 지정해주는 파일에 대해서만 열어보아야 되는 거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 같다. 그래서 너무 기가 막혀서 제가 좀 항의하려고 했던 것이다.

검찰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 외압과 관련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사이버범죄수사대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최동희 분석관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 (‘닉네임 나왔네요. 우리가 찾았어요. 고기 사주세요’라는 지난해 12월15일 새벽 4시 분석실 CCTV를 보여주며) 저기 찍힌 상황은 김하영이 삭제한 아이디가 담긴 텍스트 파일을 찾아서 그걸 (수서서에) 넘겨주느냐 마느냐 그런 얘기가 오가는 내용인데, 그럼 그 텍스트 파일은 박근혜·문재인 지지·비방 게시활동을 입증하는 것에 해당하나?

최동희 : 저 시간이 최초의 의미 있는 게 나온 시점이다. 메모장 텍스트는 그 전날 밤에 나왔고 실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왔다. 하지만 이것이 대선과 관련해서 활동한 것인지 여부는 판단이 안 섰다.

검사 : 게시글은 아니지만 게시한 활동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맞죠?

최동희 : 예, 그런데 대선 관련 활동은 아닌… (대북 심리전) 업무상 활용한 걸로 추정됐다.

서울지방경찰청 분석실 CCTV. 이상규 의원실 제공

검사 : (‘댓글이 삭제되고 있는 판에 잠이 와요. 삭제는 좀 하는 편이더라고요. 왜 글을 삭제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이라는 CCTV 내용을 보여주며) 증인은 국정원 직원의 게시글이 삭제됐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죠?

최동희 : 당시에 삭제를 인식한 거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고의 삭제인지, 자연적 삭제인지 외부에 의한 삭제인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검사 : 서울청에서는 분석 과정에서 출력한 출력물을 수서서 관계자에게 전달했나?

최동희 : 그렇다. 다 갖다 주라니까 나중에 갖다 줬다(수서서 관계자들은 서울청에서 유일하게 받은 게시글 자료는 ‘저는 이번에 박근혜 찍습니다’라는 게시글 하나라고 증언했다. 100여 쪽에 달하는 분석 출력물이 담긴 파란 박스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판사 : 분석관들이 처음에 분석을 마치면서 출력한 종이를 다 버리고 폐기하기로 하다가 파란색 박스에 모아서 봉인하자고 했다는데 맞나?

최동희 : 맞다.

판사 : 그런데 증인이 건네줄 때는 파란 박스를 봉인이 안 된 채로 그대로 건네준 건 아니고 열어서, 내용물만 줬다?

최동희 : 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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