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주의 얼굴을 비공개로 하기 위해 증인석과 방청석 사이에 차단막이 펼쳐졌다. ©그림 서혜주

“민주당이 종북인가?”
국정원간부 “∙∙∙”

원세훈 전 국정원장 2차 공판의 증인은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었다.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지휘체계상 핵심 증인이다.
민주당이나 통진당이 종북세력이냐는 질문에 그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은지 기자(smile@sisain.co.kr)
전혜원 기자(woni@sisain.co.kr)

민병주 심리전단장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책임자입니다. 국정원은 정보기구 특성상 부서간 ‘칸막이’를 칩니다. 바로 옆 부서에서 하는 일을 알 수 없습니다. 부서 간 수평적 소통을 차단하고, 지휘와 보고가 수직적으로 이뤄집니다. 검찰은 민병주 심리전단장에게 원세훈 원장의 ‘지시 강조 말씀’이 어떻게 ‘이슈와 논지’로 바뀌어 심리전단 요원들에게 전달되고, 그 활동이 국정원장에게 보고되었는지 물었습니다. 민병주 심리전단장은 검찰로부터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아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0월7일 민주당이 낸 재정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민 단장은 피고인으로 신분이 바뀌었습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민 단장은 증인 신분이었습니다.

법정에도 국정조사 때처럼 가림막이 등장했다. 증인석과 방청석 사이 흰 차단막 8개가 병풍처럼 펼쳐졌다. 증인과 피고인, 검사, 변호사는 얼굴을 보며 신문했고, 방청석에서는 증인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2차 공판의 증인으로 나섰다. 원세훈 원장-이종명 3차장-민병주 심리전단장으로 이어지는 사건 당시 지휘체계상 핵심 증인이다. 원 전 국정원장 쪽(법무법인 처음의 이동명 변호사 등)은 재판 자체를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했고, 검찰 특별수사팀(윤석열 팀장)은 공개하자고 맞섰다. 재판부가 ‘재판은 공개하되 얼굴은 비공개’로 정리하며 병풍이 등장했다. 검찰 측 주 신문으로 시작한 2차 공판은 9월2일 오전 10시15분께부터 시작되었다.

민병주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한 검찰 신문

검찰: 증인이 취임(2010년 12월3일)할 때 직위는 2급이었나?

민병주: 그렇다.

검찰: 2010년 12월31일 1급 부서장으로 내부 규정이 변경되었나?

민병주: 맞다. 검찰에서 진술한 대로다(남재준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원 전 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심리전단장을 2급에서 1급으로 바꾸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 증인이 심리전단장으로 있을 때, 사이버심리전단이 4개 팀(1팀, 2팀, 3팀, 5팀)으로 확대 재편된 이유는 무엇인가?

민병주: 내가 조직을 늘려달라고 요청해서 늘어난 건 아니고 조직이 그렇게 확대되었다.

검찰: 5팀이 신설하면서 ‘종북 세력의 트위터 선동 대응 강화’라고 되어 있는데 5팀은 트위터 업무만 전담했나?

민병주: 검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했다.

검찰: 트위터 대응 강화는 누구 지시나 의사결정에 의한 것인가?

민병주: 조직(국정원)의 구체적인 사항은 다 밝힐 수 없지만 조직이 밀면 임무 수행이 부여되고 거기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업무가 재편되는 걸로 보면 된다.

검찰: 신설팀(5팀)이 업무를 트위터 업무로 전담한 것은 피고인(원세훈 원장)에게 보고되었나?

민병주: 보고된 걸로 생각된다.

검찰: (2011년 11월18일 전 부서장 회의) 피고인은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여당 소속 나경원 후보가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1억원 피부숍 논란으로 낙선했다고 지적했다. 혹세무민된 것을 정상화하는 활동은 사이버상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이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민병주: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검찰: 1억 피부숍 이슈는 안보랑 전혀 관계없는데 이런 걸 유포시키는 사람이 나라를 흔들려는 세력이란 생각에 거부감이 없었나?

민병주: 그 부분에 대해선 답변 드리기가 좀 그렇다.

검찰: 원세훈 원장 지시 강조 말씀 중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한국과 같이 자원 없는 나라가 원전을 활용하는 것은 현명, 관리도 잘한다고 호평한 내용을 원전 지역 주민들에게 홍보할 것’(2012년 11월23일)으로 되어 있는데, (2012년) 11월28일 ‘tae****’와 ‘wls****’라는 두 개의 트위터 계정에서 IEA(국제에너지기구)의 오기인 ‘IAEA’까지 똑같은 트윗을 했다는 언론 보도를 본 적이 있나?

민병주: 그런 이야기는 들었다.

검찰: 트위터 계정은 심리전단 직원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민병주: 직원들이 쓰는 트위터 계정인지 알 수 없다.

검찰: 증인이 4월까지 심리전단장이었으니까 이런 언론 보도가 나면 당연히 확인하지 않았나?

민병주: 우리 직원들에게 물어보아도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주로 팀장 통해서 확인하는데 거의 확인을 안 해주는 상황이다.

검찰: 증인이 부서장이었고 부서 관련 보도가 나오면 당연히 확인해야 하고, 밑에 직원들은 팩트를 상세히 보고하는 게 상식 아닌가?

민병주: 정보기관의 속성상 업무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직원들의 구체적인 아이디 이름이나 그런 건 알 수가 없다.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우리가 관련된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 (국정원)내부에서조차도?

민병주: 그렇다.

검찰: (심리전단 소속 직원이 작성한 문재인 후보 대북정책 공약 비판 글을 보여주며) 누가 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아닌가?

민병주: 특정 후보를 거론한 것은, 지시가 내려간 게 없었을 텐데. 저 글은 우리 직원이 개인적인 정체성으로 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검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글이라는 건 인정하는가?

민병주: 특정 후보를 거명한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검찰: 김하영씨 컴퓨터 임의 제출과 관련해 정보국 직원이 쓰는 컴퓨터는 제출 안 하는 게 맞나, 임의로는?

민병주: 맞다.

검찰: 그런데 왜 임의 제출을 결정했나?

민병주: 임의 제출하라고 지시를 받았다.

검찰: 원장이든 수뇌부든, 증인도 국정원 생활 20년 하신 분인데 상식적으로 임의 제출 안 하는 게 맞는데 왜 제출했나?

민병주: 선거 관련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출해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출 안하면 마치 선거 관련 활동을 한 것으로 오해를 받았을 것이다.

판사: 위에서 내라고 지시했나?

민병주: 그렇다. 위에서 지시를 받았다.

검찰: 김하영씨가 오피스텔에 있는 동안 187개 파일 삭제한 거 알고 있나?

민병주: 수사 결과 발표하고 나중에 알았다.

검찰: 12월17일 오후 1시44분, 12월16일 경찰 중간수사 발표가 있고 다음 날이다. 증인이 김하영 직원에게 “김하영씨 어제 보고 와서 위로하러 갔다가 오히려 위로받고 온 거 같습니다. 이제 가닥 잡아가고 있으니까 마음 편히 가지고 마음 깊이 고맙고 잘 지내세요”라고 휴대전화로 문자 보냈다.

민병주: 그렇다.

검찰: 여기서 ‘이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민병주: 부서장 입장에서 걱정이 많이 되어 격려하는 취지에서 보낸 것이다. ‘박근혜 후보 지지, 문재인 후보 비판’에 관해서만 글 검색을 하도록 지시했는데 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 없다고 해서 통상적인 입장에서 쓴 것이다.

검찰: 대선 다음 날인 12월20일 오후 2시, ‘선거도 끝나고 흔적만 남았네요. 김하영씨 덕분에 선거 결과를 편하게 지켜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것만 생각합시다. 감사합니다’는 무슨 말인가?

민병주: 그때까지 김하영 직원이 병원에 입원하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다. 활동이 노출되어 문제가 되었지만 당시 경찰 발표로 대선 과정에서 문제가 안 되고 그렇게 대선이 잘 끝나고 해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라는 격려성 메시지다.

검찰: 심리전단 사이버팀 직원들은 종전과 같은 활동을 계속하나?

민병주: 중단시켰다.

검찰: 합법적이라는데 왜 중단시켰나?

민병주: 모니터링은 계속하고 사이버 방어 심리전 차원에서 글 쓰는 것은 다 중단했다.

검찰: 이번 사건 발생 이후, 직원들이 계정 탈퇴하고 삭제했나?

민병주: 지시한 바는 없지만 보안 조치가 있어서 직원들이 그런 차원에서 (삭제)한 것으로 안다.

9월2일 원세훈 전 원장(오른쪽)은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내내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림 서혜주

원세훈 피고인의 변호인 쪽 신문은 오후 4시에 시작되었다.

민병주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이 사건은 국정원 직원 중에서 민주당 쪽과 연관된 사람 때문에 시작되었나?

민병주: 그렇다.

변호사: 이것은 특정 정당에 줄 대기 아닌가?

민병주: 맞다.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변호사: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나 불법 지시가 나오더라도 상부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게 가능하지 않은가?

민병주: 할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변호사: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정치 관여하라’ ‘선거 개입하라’ 말이 안 되죠?

민병주: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변호사: 4대강 사업이나 FTA, 제주해군기지, 대통령의 외교 활동은 결국 북한이나 종북 좌파의 사이버 공격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심리전단 사이버 활동 이슈로 선정된 것인가?

민병주: 맞다.

변호사: 이런 활동이 정치인 이명박은 홍보하고 반대로 야당의 비판을 차단해 국정원법 위반이 된다는 고민을 해본 적 없나?

민병주: 북한의 사이버상 선전선동에 대한 대응활동이기 때문에 국정원 본연 활동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변호사: 이 사건에 연루된 직원들이 선거 시기에 박근혜 후보 지지 글에는 찬성 클릭, 문재인·이정희 후보 지지 글에는 반대 클릭해서 문제가 된 것 아닌가. 그런 구체적 내용은 전혀 몰랐나?

민병주: 이 사건 나고 알았다.

변호사: 그러면 (피고인의) 클릭 지시 사항도 없었을 것이고?

민병주: 그렇다.

변호사: 경찰에 업무용 노트북하고 데스크톱 PC를 제출했다는데 그 과정에 대해 아는 바 있나?

민병주: 김하영 직원이 감금되고 나서 제출 안 하면 마치 우리가 의혹 있는 것처럼 논란이 커지니 제출을 하라는 지시를 받아, 범위 제한해서 수사하는 조건으로 임의 제출했다.

변호사: 언제로 제한해 보는 조건으로 제출했나?

민병주: 2012년 10월 이후 박근혜 후보 지지 글, 문재인 후보 비방 글에 한해 검색을 하는 조건으로 제출했다.

변호사: 어쨌든 시기적인 제한을 뒀고 내용적 면에서도 제한 둔 것 맞나?

민병주: 그렇다.

변호사: 그랬는데 알고 보니 (경찰·검찰이) 전체를 다 열어본 꼴이 된 건가.

민병주: 그렇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우리들 활동 전반에 걸쳐 수사가 이뤄진 걸로 알고 있다.

변호사: 증인은 종북 세력이나 종북 좌파의 개념을 뭐라고 생각하나?

민병주: 종북 세력은 북한의 지시를 받아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의 주장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는 세력들로 이해한다.

변호사: 민주당이라든가 통진당을 종북 세력으로 보나?

민병주: (침묵)

변호사: 그렇게 큰 범위로는 종북이라 할 수 없죠? 그럼 예를 들면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통진당의 일부는?

판사: 증인에게 의견을 묻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다음 3차 공판에는 9월9일 민병주 심리전단장의 윗선인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증인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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