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협력자 활동비 지급, 관행이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4차 공판에는 심리전단 2기획관과 안보3팀장이 증인으로 나섰다.
검찰은 국정원 증인의 태도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재판부에 말했다.
김은지 기자(smile@sisain.co.kr)
전혜원 기자(woni@sisain.co.kr)
이 아무개 기획관에 뒤이어 최아무개 심리전단 안보3팀장도 출석했습니다. 최 아무개 팀장은 김하영 직원의 상관입니다. 최 팀장은 심리전단 네 개 팀 가운데 중소규모 커뮤니티 사이트를 총괄했습니다. 검찰은 최 팀장에게 국정원 직원들이 경찰 수사 뒤 댓글을 조직적으로 삭제했는지 물었습니다. 김하영 직원과 함께 댓글 작업을 한 민간인에게 활동비를 지급한 과정도 물었습니다. 복잡한 국정원 심리전단 조직 체계가 이 재판을 통해 실마리를 드러냅니다.
법정에 나서는 증인들도 검찰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검찰에서 한 기존 진술을 부인하거나 말을 바꿨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뜻밖의 원군을 만났다. 서울고법 형사29부가 민주당이 낸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해 공소제기 명령을 내렸다. 법원의 연간 재정신청 인용률이 1%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다. 법원의 공소제기 명령이 꼭 유죄선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 전 원장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 심증을 갖고 결정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결과적으로 검찰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9월16일 원세훈 전 원장 4차 공판에는 심리전단 2기획관으로 일했던 이 아무개씨(이하 이 기획관), 심리전단 안보3팀장을 맡았던 최 아무개씨(이하 최 팀장)가 증인으로 나섰다.
이○○ 기획관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원장인 피고인이 지시하거나 회의석상에서 논의된 내용은 증인이 심리전단에 보고해야 하지 않나? 회의 내용을 어떻게 전파했나?
이 기획관: 이러이러한 내용이 보고가 되었다 하는 이야기는 한다. 그럼 심리전단장은 필요에 따라서 전달해야겠다 안 해야겠다 판단한다.
검사: 사이버 활동 모니터링과 관련해 동향 보고서를 받은 적 있나?
이 기획관: 가끔씩 받은 적 있다.
검사: (국정원 제출 문건을 제시하며) 이 보고서를 보면 김하영 직원이 주요 업무로 카페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해서 상부에 보고했다. 보고받은 기억이 나는가?
이 기획관: 참고용으로 한 것이다. 심리전단 국장까지 보고받았다.
검사: (<개그 콘서트> 내용 보고서를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지난해 10월18일 선거를 앞두고 <개그 콘서트>에 출연한 개그맨 정태호가 ‘다음 대통령은 누구냐’고 묻자 방청객이 ‘ㅁ’이라고 답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의 일베 글을 보고서에 담았는데?
이 기획관: 저 보고서를 본 적은 없다.
이○○ 기획관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증인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전 부서장 회의에 참석했나?
이 기획관: 참석 대상이 아니었다.
변호사: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직접 듣지는 못했을 것이고, 국정원 내부 게시판에 전 직원이 열람하는 건 알고 있나?
이 기획관: 게시가 된 내용은 이 사건이 터지고 난 후에, 그게 이슈화되고 난 후에 알았다.
판사: 증인! 질문 취지는, 내부 게시판에 전 직원이 열람하게 한 건 맞지요,입니다. 맞나?
이 기획관: 그렇다. 맞다.
최○○ 팀장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3팀 소속(직원 20여 명) 1파트는 신매체, 2파트는 블로그, 3파트는 다음 아고라, 5파트는 오늘의 유머(이하 오유)를 비롯한 카페 커뮤니티, 이렇게 4개 파트가 활동한 거 맞나?
최 팀장: 그렇다.
검사: 다음 아고라에서 2012년 2월 이후부터는 해당 직원 게시 글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걸로 나타났는데, 게시 글을 사후에 일괄 삭제해서 그런 것 아닌가?
최 팀장: 그런 사항 잘 모르겠다.
검사: 시기적으로 2012년 2월께 이후 글은 4월 총선이나 12월 대선 관련 글이 존재해서 삭제한 거 아닌가?
최 팀장: 잘 모르는 사항이다.
블랙박스
검사: 외부 조력자 이정수(가명·김하영 직원과 함께 작업한 민간인) 활동비 명목으로 매월 평균 300만원 지급 결정은 누가 했나?
최 팀장: 지급 결정을 내가 했다. 이OO 5파트장(이하 이 파트장, 이 파트장과 이정수는 연세대 정외과 90학번 동기다) 활동비라는 제목으로 올려서 제가 월 300(만원) 정도 결제해주었다. 이정수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이 파트장에 대한 활동비 지원이다.
검사: 외부 조력자를 활용하고 팀장 전결로 처리하는 게 관행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민병주 심리전단장도 알고 있었나?
최 팀장: 그렇다.
검사: 활동비 지급이 관행이면 외부 조력자 활용 사례가 더 있나?
최 팀장: 우리 팀에서는 없었다.
판사: 다른 파트장에게도 지급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최 팀장: 그런 것은 아니다.
판사: 다른 파트장에게는 지급하지 않았고 5파트장에게만 지급했다?
최 팀장: 그렇다.
판사: 5파트장에게 300만원 지급하면서 이것이 외부 조력자에게 지급되는 거라는 건 사전보고 받아서 알고 있었나?
최 팀장: 그렇다. 5파트장이 이 업무 오기 전에도 활용했다고 들어서 더 묻지 않았다.
판사: (검찰이 증거로 낸 2012년 4월자 심리전단 업무 매뉴얼을 보여주며) 업무 매뉴얼 넘기면 외부 활동은 어떻게 해라, 트위터 게재는 어떻게 해라, 그 이후에 보안은 어떻게 해라 등등의 내용이 들어 있는데, 증인은 저 업무 매뉴얼을 본 적이 있나?
최 팀장: 조사 과정에서 봤다.
최○○ 팀장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원장님(원세훈)을 직접 뵐 일이 아예 없다고 진술했나?
최 팀장: 그렇다.
변호사: 이종명 3차장이 증인에게 특정 이슈나 지시 내용을 시달한 적 있나?
최 팀장: 전혀 없다
변호사: 2012년 12월 무렵에 국정원 내부적으로 선거 개입 오해를 유발하는 활동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당부 내지 지시가 있었나?
최 팀장: 수차례 반복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정상적인 업무마저 위축되는 상황이었다.
변호사: 마치 특정 개그맨에 대해서 뭐 정보 수집이나 사찰 활동을 한 것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은데.
최 팀장: (사찰) 그런 기능이 없다.
변호사: 사찰 그런 게 아니고 일베에서 현재 뭐가 제일 쟁점이다, 오유에서는 뭐다, 이런 취지로 동향 보고를 작성한 거죠?
최 팀장: 그렇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정도의 수준이다.
판사: (4차 공판을 마무리하며) 일단 총론 부분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이 일부 부적절한 댓글을 했던 것은 맞는 것 같다’까지는 지금 증인들의 신문으로 나오고 있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피고인의 지휘 지시에 의한 것이고 그의 지시에 따른 인과관계에 있는 직원들의 행동으로 온 것이다’라는 것까지가 지금 검찰 측에서 입증해야 할 주요 내용이다. 과연 피고인의 지시강조 말씀이 어떻게 업무적인 지시로 변환돼서 그게 쭉 일관성 있게 내려가서 인과관계 있는 행동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입증은 아직까지 조금 부족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 측이 입증하는 데 조금 더 유념해주실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