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후보는 띄우고 야당 후보는 뭉갰나

12월23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20차 공판에서 검찰은 국정원 트위터의 ‘시드글’ 2만5800건을 분석해 공개했다.
‘선거 개입’으로 의심받는 국정원 트위터 글이 처음으로 법정에서 공개되었다.

김동인 기자(astroria@sisain.co.kr)

국정원 트위터 글이 처음으로 법정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2월23일 원세훈 20차 공판에서 검찰은 국정원 트위터의 ‘시드글’이라고 할 수 있는 2만5800건 트윗을 분석해 공개했다. 글 공개를 앞두고 원세훈 전 원장 쪽 변호인은 트위터 계정을 특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펼쳤다. 방청석에는 검찰이 자신의 트윗을 국정원 트윗으로 분류해 기소했다며 항의하는 피켓을 든 50대 남성도 보였다.

검사 : 오늘은 트위터 글과 인터넷 게시글 간의 선거·정치 관련성을 살펴보는 자리다. 변호인은 트위터 계정의 정확성이 담보가 안 된 상태에서 본 내용에 대한 심리가 진행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한다. 오늘 검사가 설명하는 트윗 2만5800건은 이메일 등에서 사용자가 특정된 기초계정으로 작성된 글이다. 변호인이 주로 문제 삼는 1·2차 계정의 정확성과는 무관하다.

변호사 : 변호인으로서 당연하게 주장해야 할 것을 마치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려는 것처럼 몰아가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저희가 더 확인해보니까, (검찰은) 조선일보사의 공식 트위터 계정까지도 국정원이 사용했다고 기소했다. 계정에 대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는 게 과연 옳은 심리인지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는 거다.

판사 : 어찌 됐든 검찰에서 입증을 해야 한다. 검사 측에서는 “찔리니까 찔리는 거 몇 개 뺄게” 하는 식으로 하면, 결국 변호인 입장에선 “어, 찔리니깐 빼네. 시간만 있음 더 찔러볼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럼 이 재판의 신뢰가 없어진다. 법정에서 ‘논리적으로 이러하니까 이것이 가능하다’는 검찰의 주장이 완벽하다는 심증을 재판부에 심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를 빼든지 정리가 되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부도 2월 말 선고 얘기를 했는데 얽매이지 않고 시간을 가지겠다.

재판 시작에 앞서 공방이 오가자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부장 이범균)는 잠시 휴정에 들어갔다. 잠깐 시간을 가진 재판부는 검찰에게 트윗을 설명할 시간을 줬다. 대신 변호인에게도 충분한 시간을 약속했다. 다음 기일인 1월6일에는 변호인이 반박하기로 했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 검찰은 국정원 트위터 중 선거 개입글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었다. △안철수 반대 △문재인·민주통합당 반대 △이정희·통합진보당 반대 △박근혜·새누리당 지지다(국정원 트윗 가운데는 4대강 사업·원전·FTA 등에 관한 내용이 있었는데, 검찰은 이를 ‘정치 개입’ 글로 분류했다). 1차 공소장 변경 대상이었던 국정원 트위터 글 5만5600건은 이미 범죄일람표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되었다. <시사IN>은 그 트윗 내용을 분석해 2013년 11월 기사화(제320호 “박근혜 실언할 때마다 조직적 ‘방어 트윗’, 5만5600건의 ‘선거운동’”)한 바 있다. 이번 법정 중계는 검찰의 프레젠테이션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안철수 반대

검사 : 국정원의 안철수 반대 트윗은 시기·이슈에 따라 다양하다. 목동녀, <힐링캠프> 방송, 1000만 달러 안랩 인수 여부, 단란주점 출입 진실성 여부, 신규인수권부사채(BW) 불법 행위, 부동산 투기, 다운 계약서 작성, 논문 표절 의혹 등을 제기한다. 의혹 제기 유형이 다양한데, 대표 자료로 ‘목동녀’ 부분만 몇 개 뽑아서 정리하겠다. “안철수는 간 때문에 술도 못 먹으면서 강남 룸살롱에… 이대 나온 30대 목동녀와…”라고 기재되어 있다. 단란주점 출입 의혹과 내연의 ‘목동녀’ 의혹을 동시에 제기했다. 또 안철수 후보를 ‘간잽이’ ‘찰스’라는 모욕적 언사로 언급하며 우유부단하고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비난했다.

강준만·금태섭 부분도 있다. 언론학자·정치평론가로 유명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2012년 7월에 안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 이후 공개 지지가 잘못되었다는 국정원 직원의 트윗 글이 올라온다. 이러한 강준만 비판 글은 단순히 강준만에 대한 비판이 아닌 안철수 지지에 대한 반대다(검찰은 ‘강준만 비판’ 글을 ‘안철수 반대’ 글로 분류했다).

금태섭 부분은, 언론에 많이 보도되어 유명하다. 2012년 9월6일 기자회견장에서 새누리당 측(정준길 공보위원)에게 협박을 받았다며 폭로했다. 안 후보 불출마를 종용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안철수가 최근까지 목동 사는 음대 출신 여성과 사귀고 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다. 그걸 터뜨릴 것이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라.’ 그 당시 국가기관이 정치 사찰을 벌이고 여당에 제보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벌어졌다. 중요한 대선 이슈였다. 이를 두고, 국정원은 “금태섭이 친한 친구인 정준길을 팔아서 네거티브했다”라는 식으로 안 후보를 간접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문재인·민주통합당 반대

검사 : 문재인 후보 반대는, 문 후보 아들 고용 의혹 제기부터 민주당 문 후보 캠프 관계자를 공격해서 전체적으로 문 후보를 비판하는 유형까지 있다. 2012년 6월 임수경 의원이 모 탈북자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을 ‘변절자’ 등으로 막말 욕설을 했다. 총선 때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선거에 악재로 작용했던 걸 떠올리게 한다. 임수경 의원이 문재인 후보의 통일 특보라는 루머를 퍼뜨리며 임 의원을 집중적으로 비판한다.

또 김광진 의원에 대해서는 막말 종북 이미지로 비난하는 글이 많다. 이런 트윗은 해당 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이 수권 능력과 자질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함께 비판하는 취지의 글이다.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 희망자가 거액의 공천헌금을 냈다는 의혹도 마찬가지다. 양경숙 라디오21 전 대표가 박지원 원내대표를 사칭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양경숙 개인 사기사건’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이는 대선을 앞둔 문 캠프의 악재로 작용했다. 문 후보에 대한 비하 표현도 썼는데, ‘문죄인’ ‘노무현 정권 2인자’ ‘정권 실정의 책임자일 뿐 대통령 자격 없음’과 같은 트윗을 국정원 직원이 썼다.

박근혜·새누리당 지지

검사 : 기소된 트윗을 보면 ‘가수 은지원, 박정희 추도식 추모 미사’ 등이 있다. 이 글 자체로만 보면 박근혜 후보 지지 여부가 모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젊은 층 지지가 취약한 박 후보 곁에 젊은 층에 어필하는 연예인 은지원이 있고, 박 후보와 친인척 관계라는 사실은 화제였다. 따라서 박정희 대통령 추도식에 연예인 은지원과 박 후보 등이 참석해 그 뜻을 기렸다는 사실을 국정원 직원이 홍보한 것은 박 후보 지지글에 포함된다. 해당 트윗이 링크한 기사를 클릭하면 “이제 아버지를 놓아주셨으면 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겠다”라는 박 후보의 발언이 크게 보도되어 있다. 또 ‘강남스타일로 망가진 박근혜 유튜브 동영상’이 있다. 해당 유튜브 동영상은 어린이 등 각계각층과 포옹하는 장면이나 지지자의 사진과 영상으로 채워져 있다. 이런 동영상을 소개하고 배포하는 행태라 선거글로 분류했다.

판사 : 그 트윗에 유튜브를 클릭하면 갈 수 있는 주소가 있나 없나?

검사 : 그건 없다.

판사 : 그럼 좀 모호한 거 아닌가?

검사 : 그 당시 박 후보가 ‘강남스타일’ 춤을 추는 것에 대한 여러 언론 기사가 있었다. 그 기사가 대부분 유튜브에 나온 걸 칭찬해서 그걸 홍보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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