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김용판과 아주 많이 통화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3차 공판에는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출석했다.
3차장은 문제가 된 심리전단을 휘하에 두고 있다.
그는 12월16일 사안이 워낙 긴박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smile@sisain.co.kr)
9월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3차 공판에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군 출신인 이 전 차장은 점심 휴정 때, 피고인석에 앉았다가 대기실로 자리를 옮기는 원 전 원장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깍듯함을 보였다. 이날 공판은 검찰이 원 전 원장 쪽의 언론 플레이를 지적하며 시작했다. 지난 1차 공판 때와는 공수가 뒤바뀐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원 전 원장 변호인이 검찰발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검사: 9월9일자 <국민일보>에 ‘이석기 사태 적극 활용하는 원세훈’이라는 기사가 났다. 기사에 변호인 측 멘트를 인용해 정보가 나오는데.
판사: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기사 같다.
변호사: 기사에 보면 “원장 측 변호인은”이라고 나오는데, 저는 아닌데, (다른 변호사들을 바라보며) 누구 있습니까?
판사: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사가 나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쌍방 다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국정원 심리전단에서 수행한 사이버 방어 심리전은 종북 사이트 선전·선동에 대해 그 동향을 파악하고 모니터링도 하고, 선동 대상이 된 사항에 대해 진상을 알리고 반박하는 걸로 이해하면 되나?
이종명: ‘반박’이라는 표현은 조금 동의하기 힘든데, 우리 젊은이들이 6·25가 북침인지 남침인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천안함이 (폭침이 아닌) 좌초라 인식하는 걸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반대 글을 단다. 나는 우리 젊은 세대가 올바른 국가관과 애국심을 가지고 성장하는, 그 활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검사: 종북 세력 개념, 국정원 업무활동의 대상이 되는 범위나 기준은?
이종명: 종북 세력을 어떻게 규정하자는 공론은 없었다. 나를 포함해서 국정원 직원, 안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종북 세력은 대한민국 정체성과 체제를 부정하고, 특히 말 그대로 북한 지휘·주장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세력이라고 인식했다.
검사: 심리전단 사이버팀이 피고인(원세훈) 부임 이후 확대된 건 맞나?
이종명: 그렇다. 그것은….
검사: 지난번 민병주 심리전단장 진술에 의하면, (자신이) 증원을 요청한 적은 없고 지휘부에서 알아서 늘려줬다고 하는데 맞나?
이종명: ‘알아서’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고, 정보 환경 변화에 따른 직무를 분석해서 정원을 배분하는 과정을 거쳤다.
검사: 다르게 묻겠다, 민 단장의 요청이 없었던 건 맞나?
이종명: 그렇다.
검사: 트위터 쪽은 심리전단이 담당한 것은 알고 있나?
이종명: 어떤 보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고받은 기억은 있다.
검사: 인터넷 사이트를 보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대선 시기에 국정원 직원이 올린 글을 보면 특정 정파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여론이 그만큼 많아진 것처럼 인식되는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종명: 내가 민병주 단장한테 수시로 ‘대선 개입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주제와 관련된 어떤 활동도 하지 않는다’라는 보고를 받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었다는 부분도 인정하겠다.
검사: 외부 조력자 이정수씨(42·가명)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매달 평균 300만원을 지급한 걸 알았나?
이종명: 최근에 알았다.
검사: 평소 알아서 비용 처리하고 팀장 선에서 처리하나?
이종명: 국장 이하에서 처리된 업무라서 관여하거나 인지하거나 하지 않았다.
검사: 지난해 12월11일 저녁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만난 사실이 있나?
이종명: 그렇다. 12월11일 훨씬 전인 2~3주 전에 약속이 잡혀서 그날(12월11일) 처음 만났다.
검사: 그날 식사 자리에서 본건 사건과 관련해 김 전 청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나?
이종명: 식사를 막 시작하는 순간 원장님(원세훈)께 사실 확인 전화를 받고, 상당 시간 밖에서 통화를 했다. 김용판 청장에게 이런(김하영) 사건이 있다는데 수서서에서 그런 보고 없었냐고 하니 처음엔 없었다고 했다가 그 다음에 김 전 청장이 사실관계를 확인해줬다.
검사: 통화 내역과 김용판 진술을 보면 12월11일 밤 9시59분, 12월14일 밤 8시25분께 두 차례 통화했다. 12월16일 오후에도 김용판에게 전화했다는데?
이종명: 그날 사안이 워낙 긴박했고 너무나 많은 통화를 했다. 그날 저녁에 한 건 확실한데 12월16일 통화는 내 기억에 정확하게 없다.
검사: 김용판 진술에 의하면, 증인이 김하영 직원의 노트북 임의 제출에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고, 김용판이 법 절차에 따라 모든 수사를 한다고 하자, 증인이 알았다고 하고 끊었다는데?
이종명: 김용판 기억이 그렇다면, 들은 사람 입장에서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나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
검사: 원래 민병주 심리전단장도 김하영의 컴퓨터 임의 제출에 부정적이었고 증인도 부정적이었는데, 국정원장 지시로 입장이 바뀌었나?
이종명: 그렇다.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문화일보> 9월2일자 ‘이석기 “10여 년간 선전戰 압도했으나 최근엔 국정원에 밀려”’라는 기사 본 적 있나?
이종명: 인터넷에서 확인했다.
변호사: 이석기 의원 발언에 비추어, 피고인이 국정원장 재직 시절 국정원 안보 역량이 강화되었다는 평가로 볼 수 있는데. 당시 국정원 차장을 역임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의 기사가 맞나?
이종명: 이석기가 이야기한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런 이야기를 한 건 분명하다.
변호사: 피고인(원세훈)은 왕재산 사건이나 이석기 의원 사건 같은 첩보를 보고받고도, 전 부서장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에게조차 이석기 의원 사건이 수사 중이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증인은 피고인의 종북 세력 제도권 진입에 관한 우려를 들은 바 있나?
이종명: 그렇다. 들은 바 있다.
변호사: 이석기 의원이 수사받는다는 건 들은 바 있나?
이종명: 원장님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1을 알면 100 정도 아시니까, 나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정보를 알고 계시니깐.
변호사: 결국 피고인의 원장님 지시 말씀에서 종북 세력은, 왕재산 사건·이석기 의원 사건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이는데 맞나?
이종명: 아까도 그런 말씀을 드렸는데….
판사: 이 항도 증인의 의견을 묻는 것 같으니까 생략한다.
9월16일 열리는 4차 공판에는 김하영 직원이 소속된 심리전단 3팀장 최 아무개씨와 김하영 직원과 함께 활동한 민간인 조력자 이정수씨(42·가명)가 증인으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