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이 왜 십알단 닉네임을 썼나
3월3일 ‘원세훈 재판’에서 ‘국정원 직원의 트위터 계정이 십알단인 것처럼 활동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윤정훈 전 박근혜 캠프 SNS 미디어본부장 등이 ‘십알단’ 이름으로 불법 선거 트윗 활동을 벌여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전혜원 기자(woni@sisain.co.kr)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법정에서 ‘십알단’이 다시 거론되었다. 십알단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의 SNS미디어본부장을 맡았던 윤정훈 목사 등이 주도했다. 윤 목사 등 8명은 당시 불법 선거사무실을 운영하며 트위터로 박근혜 후보 지지, 문재인 후보 비방 글을 쓴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국정원 심리전단 트위터팀 요원들이 윤 목사의 트윗 글을 퍼나르기(리트윗)한 사실은 검찰 수사로 이미 확인되기도 했다(<시사IN> 제320호 “작년에 왔던 ‘십알단’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참조).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국정원 직원들이 자신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의 닉네임 뒤에 ‘십알단’이라 쓰고 십알단인 양 활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번 법정 중계는 십알단 부분만 집중해서 담았다. 십알단이 법정에서 처음 거론된 것은 2월10일 원세훈 측 변호사의 문제 제기 때문이었다.
2월10일 공판준비기일에 나온 발언
변호사 :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목록이 담긴 시큐리티 텍스트 파일을 제시하며) 변호인 입장에서 오늘 좀 보여드릴 게 있다.
판사 : 시큐리티 텍스트 파일은 변호인이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볼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니 제시보다는 그냥 말로 해달라.
변호사 : 시큐리티 텍스트 파일을 보면 (국정원 직원) 이름이 쓰여 있고, 계정이 여러 개 있는 경우가 있고, 두 개씩만 기재된 기록이 있다. 그런데 여기 보면 강 아무개 직원의 경우 두 개만 딱 기재되어 있는데, 이 두 개가 (검찰이 기소한 트위터에서) 다 빠졌다. 그러면 변호인으로서는 논리적인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른 직원들은 이름 옆에 두 개가 있어서 확실한 계정으로 기소했는데, 왜 특별히 이 계정만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논리적 설명을 들어야 반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검사 : 나중에 논리적으로 설명드리겠다.
변호사 : 한 가지 더, 혹시 다른 사건, 다른 인터넷으로 선거운동을 한 사건에 포함되었던 계정들도 검찰에서 이것을 분석할 때 반영하신 적이 있나?
검사 :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
변호사 : 윤정훈 목사가 불법 SNS 선거 활동을 해 기소가 되어서 유죄가 난 사건 있지 않나. 혹시 그 사건에서 활동했던 계정들도 여기 포함되어 있는 것들과 스크린해서 일부 그쪽에서 입증된 것은 빠졌나? 변호인 입장에선 그 사건에서 활용되었던 계정들을 사실 조회를 통해 받아볼 필요성을 느껴서 그런다.
판사 : 검찰에 물어볼 게 아니라, 변호인께서 사실 조회하시고, “이러이러한 게 여러 계정이 있었는데, 이것들은 검찰 논리대로라면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 것인데 빠졌다. 그러니 네 논리에 허점이 있다”라는 식으로 의견 제시하시는 게 어떤가? 검찰이 지금 즉답을 해줄 수 있는 내용인가?
검사 : 지금 물어보신 내용은 계정 중에 일부를 과거 다른 사건, 그러니까 윤정훈 목사 사건에서 사용한 계정과 크로스체크 했나를 물어본 것 같은데, 크로스체크 하지 않았다.
변호사 : 왜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지 아마 검찰도 잘 알 것이다. 시큐리티 텍스트 파일에 담긴 계정 목록을 보면 ‘십’이라고 기재가 되어, (엑셀 시트로) 분리되어 있는 계정들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한번 검토를 해보셨을 것 같아서 여쭤본 것이다.
판사 : 뭐가 분리되어 있다고요?
변호사 : 한글로 ‘십’이라는 표현이 되어 있고 분리가 되어 있는 계정들이 있다.
판사 : 계정 앞에 있다는 겁니까?
변호사 : 이메일 계정 앞에 ‘십’ 해놓고 ‘계정명’ 있고 이런 것들이 보여서….
판사 : 시큐리티 텍스트 파일에 있다는 얘기죠?
변호사 : 예, 그래서 여쭤본 것이다.
검사 : 아마 윤정훈 목사의 ‘십알단’의 ‘십’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정리해서 설명하겠다.
변호인이 십알단을 문제 제기한 이유는, 검찰이 트위터 수사의 ‘대전제’로 삼은, 국정원 트위터 목록이 담긴 이메일 첨부파일 시큐리티 텍스트 파일의 증거 능력을 문제 삼기 위해서다. 그 목록에 담긴 계정 수백 개가 모두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계정이 아닐 것이라는 문제 제기였다. 그러나 이런 문제 제기는 변호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검찰은 3월3일 재판 때 법정에서 이 부분과 관련해 설명했다. 부연 설명은 재판 뒤 기자들의 질문에서도 이어졌다.
3월3일 공판기일에 나온 발언
검사 : 저희들이 계정과 관련된 변호인 의견서를 늦게 받아서 서면으로 준비하지 못했다. 지난번 변호인들이 궁금해한 것 중에서 ‘십’자로 기재된 계정에 대해 십알단이 아닌지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왔는데 기회 주시면 설명하겠다.
변호사 : 서면으로 주면 저희들이 그걸 받아서 보겠다.
검사 : 의견서로 내는데 우선 요지만 간략히 말씀드리면, 국정원 문건(시큐리티 텍스트 파일)은 2010년부터 활동한 계정이 나와 있는 자료다. 십알단 부분은 지난해 12월9일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신문한 국정원 직원 이이 본인 계정으로 인정한 계정들이 있다. 이 계정의 닉네임을 보면 본인이 십알단인 것처럼 닉네임 뒤에 괄호하고 ‘십알단’ 이렇게 표시가 돼 있다. 국정원 직원들이 인정한 계정도 본인들이 십알단처럼 활동했다는 그런 취지였다.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은 검찰에 추가 질문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자 : (국정원 직원도) 십알단 활동을 인정했다는 말인가?
검사 : 그게 아니라 국정원 직원 이씨가 증인신문에 나왔는데 본인이 사용했다고 인정한 계정이 있다. 그 가운데 일부 계정에 들어가 보면 닉네임에 사람 이름하고 괄호하고 십알단 이렇게 쓰여 있다. 십알단인 것처럼 활동했다.
기자 : 십알단인 것처럼 활동했다?
검사 : 그러니까 닉네임에다가 이렇게 쓰고 괄호하고 십알단이라고…. 법정에서 얘기한 딱 거기까지다.
기자 :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계정인가?
검사 : 본인이 자기 계정이라고 법정에서 인정했다.
<시사IN>은 재판 뒤 이른바 십알단을 이끈 윤정훈 목사와 전화통화를 했다.
기자 : 국정원 직원들이 닉네임 뒤에 괄호해놓고 십알단이라고 써놓은 게 확인되었는데?
윤정훈 목사 : 대선 당시 닉네임 뒤에 십알단이라고 커밍아웃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에 친박 쪽 지지자나 젊은 보수가 하는 줄 알았지, 국정원 직원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국정원 쪽에서도 트위터를 무작위로 많이 만들면서 이런 커밍아웃이 메인 스트림이 되겠다, 분위기 조성이 되겠다 해서 십알단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했었나 보다.
기자 : 국정원 직원도 명칭만 십알단으로 썼다?
윤정훈 목사 : 내가 십알단을 주도했으니, 마치 내가 국정원에게도 시키고 군 사이버사령부에도 하라고 했다는 식인 것 같은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국정원은 자기가 필요해, 내 트위터 내용을 퍼나르기(RT)도 하고, 봇(자동 전송 프로그램)을 통해 퍼나르기도 했는지 모르지만, 자기들이 알아서 한 것이다. 십알단이라고 커밍아웃을 한 것은 당시 하나의 팬덤이었다. 정치적인 소신 표현이었는데, 그걸 국정원 직원이 했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정원이 사이버 심리전을 한다면 오히려 그런 걸 숨기거나 좌파 트윗처럼, 종북 트윗처럼 이렇게 접근해서 스파이처럼 해야 하는데, 십알단이라고 쓴 것은 부적절했다.
기자 : 본인 사건 외에 검찰 국정원 댓글 사건팀의 조사를 추가로 받은 적은 없었나?
윤정훈 목사 : 사무실 열 때 국정원으로부터 10원 한 장 받은 바가 없다. (국정원 직원의 십알단 활동은) 하나의 해프닝이다. 내 사건 수사기록의 참고 자료만 3만 페이지다. 계좌, 통화기록 다 조사했다. 그때 다 조사했기 때문에 따로 부를 이유가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