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변호인의 역습이 시작됐다?

12월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19차 공판에서 검찰이 복병을 만났다.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트위터 계정 하나하나에 대해 누가 사용했는지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도 변호인단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전혜원 기자(woni@sisain.co.kr)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정치 개입 트위터 121만 건을 찾아낸 검찰이 ‘복병’을 만났다. 원세훈·이종명·민병주 변호인단이 ‘빅데이터 업체를 통해 트위터 글을 수집한 절차가 위법하다’는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트위터 계정 하나하나에 대해 누가 사용했는지 입증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재판부도 변호인단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정원 직원 증인신문을 지난 재판부터 중단시켰다. 트위터 계정 검증을 하고 나서 증인을 부르기로 한 것이다.

국정원은 수사 초기부터 직원 배치표마저 검찰에 넘기는 걸 협조하지 않았다. 모든 입증 책임을 검찰에 떠넘겼다. 검찰은, 안보5팀 직원 김○○, 장○○ 이메일과 첨부파일에 기재된 총 414개 트위터 계정을 단서로 삼아, 3개 이상 계정이 동일한 글을 시·분·초까지 동일한 시간에 트윗을 하거나 리트윗한 경우 국정원 계정으로 보고 최종적으로 2653개 트위터 계정을 특정한 과정을 설명했다. 이 계정들은 2011년 9월 하순, 10월 초·중순, 2011년 12월 초·중순에 집중 개설되었다. 이종명 전 3차장이 검찰 조사 때 2011년 10월경 20~30명 직원을 심리전단에서 증원했다고 진술한 점에 비춰보면, 직원이 늘어난 시점과 다수 트위터 계정의 집중 개설 시기가 일치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12월16일 열린 법정 중계는 변호사와 검사의 공방에 집중했다.

판사 : 일단 오늘 검찰 설명을 들으니 국정원 직원들 메일에 첨부된, 트위터 계정이 나온 텍스트파일과 빅데이터 회사가 수집한 트위터 증거 능력만 인정된다면 계정들이 어떻게 연결되어서 어떤 활동을 했다는 건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큰 그림이 그려진 것 같다.

변호사 : 살아 있는 계정이 있는데 5월9일 마지막 글을 올리고 이후 활동이 끊어진 계정들이 대부분이다. 그 후 활동이 중지된 건가?

검사 : 변호사가 방금 말한 것처럼 4~5월에 대부분 활동이 중지된 계정들인데, 2013년 3월 계정 폐쇄 명령 이후 계정을 일괄 삭제했고, 트위터 피드 등 자동 전송 프로그램이 계속 돌아가면서 순차적으로 삭제되었다.

변호사 : 죽어 있는 계정의 경우에도 어떤 트위터가 국정원 직원이 폐쇄한 글을 리트윗했으면 그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죽은 계정 @ye*****를 검색해봤더니 ‘강기정, 경찰 안철수 내사, 명백한 정치사찰’이라는 <동아일보> 기사가 뜬다.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이건 검찰에서 주장하는 그런 성향(야당 반대)과 전혀 반대되는 기사다.

검사 : 그 계정은 엄밀히 얘기하면 자체 폐쇄한 계정은 아니고 정지된 계정이다. 동일 글 대량 전송 등 뭔가 특이한 활동을 해서 강제로 정지된 계정이다. 글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 해시태그 코콘(#KOCON:보수적인 글 모음)을 인용하면서 일본의 군국주의 주장에 대해서 우리는 민족주의적 대응을 한다든가, 넓은 의미에서 국가관을 고취시키는 그런 형태의 글이다.

변호사 : (말을 자르며) 끝까지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좀 주시라. @ye*****가 쓴 내용을 보면 ‘이해찬, 대선, 용이 승천하는 결과 나올 것’이라는 기사가 들어가 있다. 또 다른 국정원 직원 계정 @ER***은 ‘손학규 서울·경기에서 대역전 드라마 확신’이 뜨더라. 이렇게 검찰이 국정원 직원 계정이라고 주장했지만 정반대되는 성향의 글을 쓴 게 있다.

판사 :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저런 글은 반대 측(야당)을 돕는 트윗 아닌가?

검사 : 지금 변호인이 각 계정을 열심히 찾아가서 그 계정이 썼던 글들을 보며 계정 사용자가 어떤 성향인지 얘기하려는 것 같은데, 지금 변호인이 말한 그런 글들은 (추가 기소한) 범죄 일람표엔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

판사 : 예컨대 이런 글도 이만큼 올리고, 저런 글도 이만큼 올렸는데 이건 싹 빼놓고 이쪽 글만 싹 올려서 이런 의도로 했다고 몰아간다고 하면,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는 것인데.

검사 : 기소 취지를 설명하면, 어떤 것들은 안철수에 대한 중립적 기사를 트윗으로 띄웠는데 그 자체만 보면 사실 선거 개입의 의사는 없다. 그다음에 어떤 의도가 있는 정치적 글을 계속 띄운다. 이것은 어떤 패턴이나 의도를 가지고 글을 올렸다는 뜻이다. 그렇게 문제가 된 트윗만 기소했다.

판사 : 검찰이 공소 제기한 트윗은 121만 건이다. (검찰이 모집단으로 삼은) 2100만 건에서 특정 단어를 넣어서 의도적으로 뽑아온 글이 121만 건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뽑지 않고 원래 그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올린 모든 글을 검색해본다면, 그러니까 이 사람이 이쪽(여당) 활동만 한 것이 아니라 반대(야당)로 한 것도 드러날 수 있다면, 그것은 얘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이다.

검사 : 처음 시작할 땐 빅데이터 업체들 협조를 통해서 트위터 글 약 2800만 건을 제공받았다. 국정원 직원 메일에 첨부된 계정의 모든 글을 추출한 것이 240만 건이다. 그 240만 건 중에서 그룹 활동을 한 게 12만 건이다. 그 12만 건을 뽑는 데 검찰의 가치판단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이 12만 건과 내용이 완전히 동일한 트위터 글 109만 건을 합쳐 121만 건을 추가 기소했다).

변호사 : 제목이 팔면봉으로 시작하는 트윗이 있어서 클릭했더니, ‘안철수 귀국 일성 “나는 정치인 아니다” 그럼 대선 출마 여부도 못 박는 게 정도?’라는 내용이었다. 어쨌든 이게 특정 후보 지지 혹은 반대인지 의문이다. 또 어떤 트윗은 ‘문재인-안철수, 대통령 권한 축소 합의’라는 기사도 어떤 성향이라고 봐야 되는지 궁금하다.

검사 : 재판 진행과 관련해서 한 가지만 말씀을 드리겠다.

판사 : 일단 변호인 발언이 다 끝난 다음에 검찰 측에 발언 기회 드리겠다. 중간에 말씀 끊지 마시고.

변호사 : 검찰이 기소한 계정이 올린 글 중에 ‘安, 세비 인상한 의원들, 자기 희생 부족 역공’이 있는데 지금 이 계정을 쓰는 이는 최근 12월11일까지도 활동 중이다. 그럼 이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다음에 부동산◦◦(@bds*****)이라는 계정이 있는데 최근에 죽은 듀크 출신 가수에 관한 트윗이 올라오고 있다. 검찰은 이 계정을 국정원 김◦◦, 김◦◦, 장◦◦ 직원이 공동 사용한 것으로 기소했다. 이 계정이 올린 수많은 글 가운데 선거운동은 딱 1건, 정치 관여는 7건을 기소했다. 이걸 왜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하는지 알 수가 없다. 같은 내용이 동시간대에 트윗·리트윗되었다는 근거만 가지고 국정원 직원 그룹으로 활동한 계정이라고 단정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검찰 쪽 설명은 결국 심리전단이 계정을 사용한 것이고, 구체적 실행 행위자는 특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검사가 배제한 것까지 하면 시·분·초가 동일한 경우는 엄청나게 많을 가능성이 있다.

검사 : 설명 잘 들었다. 마지막에 말씀해주신 것처럼 검찰은 범죄 일람표를 가지고 동시 리트윗을 정한 게 아니라, 3개 이상 계정이 2회 이상 동시 트윗된 걸 가지고 찾았다. 그 전제를 무너뜨리고 자꾸 범죄 일람표를 가지고 설명하면 좀 그렇다.

판사 : 검사님께서 전제를 무너뜨리고 얘기하면 곤란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재판부로서는 범죄 일람표를 기준으로 얘기하고 이 문제를 다투는 것이 맞지, 그 이전은 검찰의 추론 절차에 불과한데 그것을 흔들리지 않는 대전제라고 말씀하시면 재판부로선 약간 귀에 거슬리는 소리다. 변호인 입장에선 검찰의 전제가 틀렸을 수도 있겠다, 이럴 가능성도 있겠다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있을 정도로 문제 제기하는 것이고, 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입증하는 게 검찰의 일이다. 지금 한두 개만 가지고 분석하신 건데 이걸 다 분석해보신다면 변호인 측에서도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소요될 것 같다. 사실 건수도 의미가 있지만 예컨대 60만 건이냐 120만 건이냐가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검찰 쪽에서 명확하게 자료에 나타나고 거미줄처럼 얽힌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그러니까 괜히 엉뚱한 게 한두 개 찔려서 전체적인 신빙성에 문제를 줄 만한 그런 부분들은 좀 미리 정리해서(줄여서) 변호인들도 불필요한 수고를 덜도록 할 여지는 없나?

검사 : 재판장님 말씀한 취지는 잘 알겠다. 저희들이 거기에 대해 열심히 준비해서 설명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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