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말 바꾸기에 검사들도 웃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10차 공판에는 김병찬 당시 서울청 수사2계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은 김 계장이 국정원 직원과 자주 연락한 이유를 캐물었다. 김 계장은 검찰 조사가 위압적이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김동인 기자(astoria@sisain.co.kr)
김병찬 계장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증인은 김하영 직원 사건 당일인 지난해 12월11일 밤 8시17분 서울청 담당 국정원 안 아무개 직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죠?
김병찬: 수신 거절 문자를 보낸 것으로 기억한다.
검사: 증인은 지난해 12월12일 0시35분께 국정원 사무실 내부전화(3412-****)를 받아 통화했다. 누구와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나?
김병찬: 어떤 전화인지는 모르고 받았는데, 국정원 안 아무개 직원이었다. 오피스텔 대치 상황에 대해 물어서 “나도 권은희 과장과 통화가 잘 안 된다. 정확한 내용을 알려면 직접 수서서에 물어보라”고 답변한 것으로 기억한다.
검사: 증인은 몇 분 후인 0시48분께 다시 안 아무개와 통화했다. 새벽 1시10분에도 461초간 통화했다. 다음 날 12월12일 아침 7시22분, 8시45분, 10시3분에도 안 아무개 직원과 통화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어떤 내용인가?
김병찬: 같은 취지(수신 거부)였을 것이다.
검사: 여러 차례 국정원 직원과 통화했는데 (상사인) 수사과장 등에게 보고했나?
김병찬: 안 했다. 보고할 만한 가치는 없었다.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수사부장, 수사과장 지침은 국정원 측과 연락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김병찬: 검찰 조사 받을 때 검사가 저보고 윽박지르면서 강압적, 압박을 하는….
판사: 증인, 잠깐만요. 법정에서 증언한다는 것이 세세한 과정까지 시시콜콜 다 밝힐 필요는 없다. 증인이 강압수사 받았느냐고 묻는 게 아니다. ‘피고인(김용판)이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은폐했느냐’ 그것이 이 재판의 공소 사실이다. 묻는 말에 대한 답은 가장 뒤에 하는데, 이러면 제가 듣기가 힘들다.
검사: 증인은 검사에게 “국정원 안 아무개 직원을 4년 이상 알고 지냈고 저를 편하게 보고 전화했을 것이다. 사실 저는 승진이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국정원에 밉보여 정보보고(국정원이 상부에 보고하는 담당기관 인물 평가 등)에 이상하게 쓰면 한 방에 날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 방에 날아갈 수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김병찬: 그 당시 저는 이미 승진한 상태였다. (다만) 수사과장 등은 한 달 전 승진 심사에서 누락되었다. 다음 심사를 앞둔 상태에서 국정원이 승진되게는 못해도 조금이라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과장, 부장이 다음 승진에서 누락될 것으로 보았다.
검사: 증인은 수서서 김성수 지능팀장에게 김하영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러 간다는 연락을 받고, 보류하라고 말한 적 있죠?
김병찬: 그건 그때 얘기한 게 아니다. 영장신청 사실을 (서울청) 과장·차장·청장님, 본청(경찰청)까지 보고하고 ‘재검토하라’는 얘기를 받았다. 주차장이라고 해서 “보류하고 기다리라”고 김성수 팀장과 통화한 적 있다.
검사: 증인은 검찰에서 “(지난해) 12월13일 오전 10시47분 국정원 안 아무개 직원이 김하영 컴퓨터 제출하려고 하는데, 하는 게 좋은지 안 하는 게 좋은지 질문했다”라고 진술했다.
김병찬: 전화 받고 수사과장에게 “국정원에서 컴퓨터에 있을지 모를 대북 관련 공작문서 등에 대해 보안유지 해줄 수 있냐고 요청하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보고했다. 수사과장이 “컴퓨터를 내든 아니든, 자기들(국정원) 스스로 알아서 하게끔 하라”고 했다.
검사: 증인은 국정원 사건 수사팀도 아니고 분석 전문가도 아니다. 그런데 12월14일 오후 4시15분 (김하영 노트북 등 컴퓨터의) 분석 범위를 정하는 회의에 참석한 이유가 뭔가?
김병찬: 수사과장과 부장이 (내게) 경험이 많으니 절차상 하자 없도록 도우라고 했다. 김하영 직원은 ‘10월 이후 박근혜·문재인 후보 지지·비방 글에 한정한다’는 조건으로 임의 제출했으니, 이걸 초과해서 분석하면 절차상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회의에서 냈다. 사이버대장과 분석팀장도 내 의견을 수용했다.
검사: 12월15일 아침 수사부장이 주재한 회의에 참석했다. 그 회의에서 전날 밤부터 분석 과정에서 김하영 노트북에서 삭제한 메모장 파일이 복구되었고, 그 메모장 파일에 오늘의 유머 등에서 쓴 30여 개 아이디·닉네임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는데 알았나?
김병찬: 메모 형태로 보고된 것으로 안다. 메모 보고한 사람과 받은 사람만 알아서 잘 모른다.
검사: 그런데 증인은 이 회의가 끝나고 10시16분께 국정원 안 아무개 직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당시 회의 때 들은 분석 진행 상황을 알려준 것 아닌가?
김병찬: 분석 진행 중인 내용을 얘기한 적 없다.
검사: 증인은 또 낮 12시4분부터 안 아무개 직원한테 전화를 받고 20분48초나 통화했다.
김병찬: 국정원 여직원이 수서서에 출석하기로 한 날인데, 분석이 안 끝난 상태에서 출석하는 것은 관행상 엉터리 수사로 보일 수 있다. 권은희 과장에게도 강력히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국정원 직원에게도 왜 분석도 안 끝났는데 (김하영이) 나오려 하느냐고 말했다. 그때 국정원 안 아무개 직원은 “지금쯤이면 분석 결과 나와야 하는데 분석을 늦추는 것 아니냐, 아니면 분석 결과가 종료되었는데 분석 안 된 것처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검사: 결국은 김하영 직원이 조사받는 문제로 증인과 수서서 간에 이견이 있었다. 그런데 증인은 안 아무개 직원에게 김하영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화했다는 것인가?
김병찬: 그게 아니고, 지나가는 얘기로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병찬 계장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권은희 과장은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2월14일 유지상 수서서 사이버팀장이 증거분석 현장에 갔다가 서울청에서 김하영 직원이 (직접 분석물을) 지정해 분석하게 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서울청에 대한 항의 표시로 철수시켰다고 하는데.
김병찬: 언론 보도 나오기 전까진 전혀 몰랐다.
변호사: 증인은 지난해 12월15일 권은희 과장과의 통화에서 “디지털 증거분석 진행 중이니, 김하영 직원을 디지털 증거분석 끝난 후에 부르는 게(소환조사)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나?
김병찬: 그렇다. 권 과장은 “본인(김하영)이 나오겠다는데 왜 못 나오게 하느냐”라고 말했다. 권 과장과 협의하다, 나중에 말하자고 정리했다.
변호사: 증인은 검찰에서 “명시적인 지시는 없었지만 최현락 서울청 수사부장과 이병하 서울청 수사과장으로부터 국정원 직원과 연락은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좋다는 권고를 받았다”라고 진술했는데?
김병찬: (검찰 조사 받을 당시) 검사가 (수사)부장은 지시했다는데 왜 지시 안 받았다고 얘기하느냐며 위압적으로 말했다. 실제로는 (수사부장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검사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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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