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석 전 수서경찰서장은 말을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아, 재판장으로부터 “그렇게까지 상세하게 보고받은 것 같진 않다는 말인데,
그럼 어느 정도까지 상세하게 보고 받았다는 건가?”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림 서혜주

“대선 직전 수사 발표 증거 못 보고 한 것”

김용판 전 서울 경찰청장 4차 공판의 증인으로 이광석 전 수서경찰서장이 나섰다.
그는 서울경찰청 분석팀이 찾아낸 텍스트 파일을 받았다면 댓글이 없다는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smile@sisain.co.kr)
김동인 기자(astoria@sisain.co.kr)

이번에 등장하는 증인은 권은희 수사과장의 상관이었던 이광석 수서경찰서 서장입니다. 이 서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의 책임자였습니다. 그는 재판에서 중간수사발표 과정에서 분석 결과만 받았을 뿐 관련 자료를 서울청이 넘기지 않아 미처 살펴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수서경찰서 수사팀이 서울청으로부터 넘겨받은 김하영 직원의 아이디 등을 검색해 하룻밤 만에 정치관여 선거개입 혐의를 뒷받침하는 게시글 찬반 클릭 등을 다수 찾아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권은희 과장은 “보고를 받은 이 서장이 ‘서울결찰청이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라고 말했다”라고 법정에서 증언한 바 있습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재판의 증인으로 나선 이들은 현직 경찰이다. 이들은 권은희 수사과장의 증언을 하나같이 부인했다. 9월17일 열린 4차 공판의 증인으로는 이광석 전 수서경찰서장이 나섰다. 권 과장은 이 전 서장이 “서울경찰청이 날 죽이려고 한다”라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과 변호인 모두 권 과장의 증언을 이 전 서장에게 물었다.

이광석 전 서장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증인은 지난해 12월12일 오전 9시께 영장 신청과 관련해 수사과장(권은희), 지능팀장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영장 신청으로 의견을 모으고 피고인(김용판)에게 보고했죠?

이광석: 상황에 대해 제가 충분히 설명했다. 영장 신청 요건이 조금 부족하지만 영장을 신청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다고 보고했고, 청장(김용판)도 공감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검사: 그런데 일단 영장 신청은 보류하라고 증인이 왜 지시했나?

이광석: 경찰청 지능과장이 전화를 걸어 영장 신청이 불가한 사유로 범죄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고 영장 요건이 구비되지 않았는데도 하느냐, 이런 식으로 영장 신청 남발하면 경찰수사권 조정이라든가 이런 부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취지로 서울청 수사과장도 전화가 왔다. 서울청장(김용판)도 그런 취지의 전화를 했다.

검사: 권은희 수사과장도 (지난해) 12월12일 오후 2시59분 피고인의 전화를 받고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하는데 증인도 알고 있나?

이광석: 그런 기억이 없다.

검사: 증인은 권 과장이 피고인 전화 받을 때 현장에 있지 않았나?

이광석: 전혀 기억 없다.

검사: 증인이 권 과장한테 오전에 서울청장으로부터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얘기해준 적 있죠?

이광석: 언제 얘기했는지 모르지만 수사팀 회의할 때, 권 과장에게만 특별히 따로 하지 않고 팀장 이상 회의할 때 전체에 했을 것이다.

검사: 권 과장은 증인이 말하길, 피고인이 오전에 영장 신청하겠다고 할 적에는 수사 방침대로 하라며 영장 신청을 승인했다가 오후에는 화까지 내면서 영장 신청을 못하게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데 그런 사실 없나?

이광석: 피고인이 화를 내고 그런 건 얘기한 기억이 없다.

검사: 증인은 국정원 직원인 신 아무개(수서경찰서 담당, 이하 신 직원)와 여러 차례 통화했는데 미리 김하영 컴퓨터 임의제출 의사를 전달받았던 것 아닌가?

이광석: 강남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인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는 사이고, 저한테 전화 와서 수사 상황을 좀 알려달라 이런 요구를 했다. 내가 명백히 “그건 같이 죽는 길이다, 전화도 하지 마라”고 했다.

검사: (중간발표 보도자료를 보여주며) 지난해 12월16일 오전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또는 통해서 중간수사 결과 보도자료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나? 증인이나 수사팀 입장에선 분석 결과 내용을 모르는데, 피고인이 23시에 보도자료 배포하라는 지시에 아무 이견이 없었나?

이광석: 당시 상황은 정당이든 국민이든 언론이든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가 무엇이냐에 대해서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이견이 없었다.

검사: 권은희 과장이 분석 결과 내용도 모른 채 발표하는 건 맞지 않다. 하루라도 더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말한 사실 있나?

이광석: 일리가 있다 해서 그 자리에서 수사과장에게 전화해서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검사: 수사 발표에 대해선 서장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고 했지 않나. 그래서 서울청을 신뢰하더라도, 결론이 그냥 ‘없다’ ‘댓글이 없다’ 이런 결론이 아니고,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물을 쭉 보내준 걸 보고, 이 정도면 발표해도 문제가 없다 정도는 돼야 하는 것 아니냐?

변호사: 재판장님….

검사: 막지 마십시오, 신문하는 데 막지 마세요.

변호사: 재판장님께….

검사: 자꾸 그렇게 끊는 식으로 하지 마세요. 당당하게 하시죠.(방청석 웃음)

검사: 서울청이 미리 만든 ‘국정원 직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증거분석 브리핑 예상 질의 답변자료’를 제시하겠다. 증인, 이 예상 질의 답변자료 본 적 있나?

이광석: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검사: 김하영이 지웠지만 서울청 분석팀이 찾아낸 텍스트 파일에 오유(오늘의 유머) 아이디가 나와 있다. 본청 증거분석실에서 수서서에 보내줬다면, 브리핑 때처럼 발표했겠나? 그거 하나만 딱 물어보겠다.

이광석: (3초 침묵) 그 부분….

검사: 지금 입장에서 봤을 때를 물어보는 것이다. 당시에 이걸 받으셨다면, 그 당시 12월16일 밤늦게 보도자료 배포하고 17일 아침 그렇게 말씀할 수 있었겠느냐 말이다.

이광석: …….

검사: 그렇게 못하죠?

이광석: 힘들었을 걸로 생각한다.

검사: 수서서 수사팀은 하룻밤 만에 정치관여 선거개입 혐의를 뒷받침하는 게시글 찬반 클릭 등도 다수 찾아냈는데, 증인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 아닌가?

이광석: 뭐 예상치 못한 결과다.

검사: 증인은 이런 수사팀 보고를 받고 ‘서울청장이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 이런 말을 한 적 있나?

이광석: 그 얘기한 기억이 전혀 없다.

검사: 그런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서울청으로부터 좀 뒤통수 맞았다는 취지의 태도나 말씀을 한 기억은 안 나나?

이광석: 지금 문제가 되는 저런 사항이 분석 당시에 나왔다고 생각을 못했다. 서울청이 뭐 고의로 은폐해서 나를 죽이려고 한다 이런 생각까지는 제가 하지는 않은 것으로….

검사: 권은희 과장이 거짓말했다는 의미인가?

이광석: 하여튼 그런 말한 기억은 없다.

이광석 전 서장에 대한 검찰 신문

변호사: (권은희 말 인용하며) 증인에게 서울청장이 화를 내며 영장 청구를 거부했다는데, 실제로 피고인이 증인에게 화를 내며 영장 신청 못하게 한 적이 있나?

이광석: 화를 낸 적 없다.

변호사: ‘언론 보도자료는 행정지시니까 서울청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했다는데 사실관계 맞나?

이광석: 발표 내용보다는 발표 시점에 대하여 계속 논란이 증폭되기 때문에 우리 직원이 동요하지 않도록 그런 취지로 설명했다.

변호사: 동요라는 것이 수사팀 내부에서도 ‘그럼 왜 이때 발표했냐’는 불만이라는 취지가 아니라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데, 언론에선 왜 우리를 왜곡해서 저러냐?’라는 동요 말씀?

이광석: 그렇다. 직원들에게 그런 데 동요되지 말고 ‘자부심을 갖고 수사하라’고 했다.

검사: 변호인이 오늘 제출한 증거(수서서가 김하영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뒤 검찰로부터 받은 수사지휘 문서)와 관련해 검찰이 제공했나?

변호사: 저희가 구한 거다.

검사: 경찰 내부 수사 관련 기밀을 요하는 문서인데, 검찰의 절차를 거친 증거 제출이라든가 법원의 사실증명을 안 거치고 경찰 내부 문서를 변호인이 확보한 것이다. 처음부터 계속 말씀드리지만 국정조사 거치면서 조직적인 사실 은폐라든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자료 제공 혐의가 있지 않느냐는 걸 의심할 만한 상당한 상황 증거가 있다. 경찰 내부에서 수사와 관련된 문서를 피고인의 변호자료로 쓴다는 건 방식과 배경에 대해 우리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판사: 이 점에 대해 변호인 측이 답변해야 할 것 같다.

변호사: 앞으로 절차상 서면 하나하나에 대해서 그런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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